[칼럼] 왜 솔루션 도입은 대부분 실패하는가: 솔루션 도입 담당자가 알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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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길이 좋은 길인 건 산책 나갈 때나 맞는 말입니다.

저는 일본에서 약 5년간 대형 컨설팅펌에서 솔루션 컨설턴트로 활동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기업의 우수한 사원들이 잘못된 솔루션을 선택하며 초기 예산의 몇 배나 되는 자금을 낭비하는 과정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실패로 이끌었는지,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발단

솔루션 도입 시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고객사(솔루션을 도입하려는 회사)와 개발사(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로 나뉩니다. 그리고 고객사는 솔루션 도입 시 한 가지 큰 선택을 해야 합니다. 바로:

  1. 솔루션을 자사의 시스템에 맞출 것인가,
  2. 자사의 시스템을 솔루션에 맞출 것인가.

입니다.

거의 모든 회사가 빠지는 함정

대부분의 회사들은 1번(솔루션을 자사의 시스템에 맞추기)을 선택합니다.

2번을 선택할 경우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하게 되는데 타 부서에 이러한 지시를 내리는 것은 솔루션 도입 담당자의 업무량 측면에서도, 조직적 측면에서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솔루션 도입에 있어서 편한 길은 대부분 틀린 길

1번을 선택한 고객사와 계약이 체결되면 솔루션 개발 업체의 개발팀은 바쁘게 돌아갑니다.

고객이 요구하는 기존 시스템에 맞추기 위한 기능은 대부분 그 업체만의 특수한 요구사항일 경우가 많습니다.

예) 가구회사 : 우리 제품은 제품의 가로,세로,높이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요구는 범용적인 기능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패키지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고 신규 개발이 필요하지만, 정식 개발 프로세스대로 도입하기에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이미 영업사원이 "우리 제품은 범용성과 기능 범위가 높기 때문에 어지간한 요구에는다 대응 가능합니다." 라고 말을 해놨기 때문에 이제와서 추가 스케줄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개발 회사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생각해냅니다:

  1. 퍼포먼스 등의 요소를 포기하고 기존 기능을 억지로 조합하여 요건을 달성한다.
  2. 범용적인 설계를 포기하고 해당 고객사 전용 제품(branch)으로 분리한다.
  3. 특수한 운용 방법을 제안하거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자사의 비용으로 감당한다.

무엇 하나 정상적인 해결책이 아니지만, 개발사의 목표는 납품이기에 어지간한 문제점은 일단 눈을 감고 진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

첫 납품일은 대부분 무난히 넘어갑니다. 서로 아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납품일 이후에 시작됩니다.

고객사의 솔루션 도입 담당자는 여러 부서로부터 "본래 사용하던 특정 기능이 빠졌다"는 보고를 받습니다. 확인해보면 애초에 개발 요청 사항에 포함되지 않았던 기능임이 드러나지만 결국, 회사에서는 돈을 벌어오는 부서가 가장 강하니 개발사에 추가 개발 요청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개발사는 이제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솔루션 도입 전에는 다른 솔루션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개발 비용을 청구했지만, 도입 이후에는 유지보수 비용을 자유롭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서러움을 설욕 하려는 것 마냥 높은 비용의 견적을 고객사에 요청합니다. 

개발사 내부 상황은 어떨까?

개발사도 썩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급조한 기능이니 만큼 버그가 남아 있어서, 고객사로부터 끝없는 클레임이 들어옵니다. 명확히 고객사의 요청에서 누락되었던 부분은 상관 없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개발사의 책임이 아니라고 부정하기 어려운 부분(상정 누락 사항)도 많아 유지 보수 대응이 많은 인력이 소모되기 시작합니다.

결국, 양측은 불편한 동거를 계속하다가 운이 좋으면 어느정도 양측이 납득하는 지점에서 모두 불만을 가진채 멈추게 되고 운이 나쁘다면 새로운 솔루션으로 다시 한번 이전을 검토하며 새로운 지옥이 시작됩니다.

마무리

어떤 선택을 했으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었을까요? 교과서적인 해답은 존재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한정된 이상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더 솔루션 도입 담당자가 권력이 있었다면 바뀌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요?

실제로 컨설팅 업무를 하다보면 솔루션 담당자가 실제로 그 회사 전체의 업무를 총괄할수 있는 포지션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야 회사 입장에서야 당장 돈을 버는게 중요하니 이러한 업무를 비주류 부서의 애매한 포지션의 사람이 담당하게 되는건 어쩔수 없는 현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러기에는 솔루션 담당자의 책임이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변화로 인한 추가적인 고통을 감수할 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유롭지 않으며, 때로는 비효율성이 누군가의 업무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떠신가요? 지금 납득하고 계십니까?